인지 심리학에는 '메타 인지'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조금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자신이 실제로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고 파악하는 인지 능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그림 카드를 20장 정도 보여주고 몇 장을 기억하는 지를 물어본 후, 자신이 기억한다고 얘기한 장 수만큼 실제로도 그 수에 가깝게 기억해 낼수록 그 학생은 '메타 인지'가 뛰어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메타 인지'가 뛰어난 학생들일수록 일반적으로 학습의 성과가 더 좋은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먼저 구분해야 모르는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그런데, 이 메타 인지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친숙함'입니다.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을 가지고 어느 정도 활용하긴 하지만 모두가 스마트폰의 기계적 매카니즘까지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가 스마트폰에 대해 잘 아느냐고 물어 본다면 일단 '그렇다'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한 친숙함때문에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집안에서 아빠들이 무언가 고장났을 때 일단 드라이버부터 들고 뜯어보면, 고장난 부위를 알아내고 고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도 아마 비슷한 개념일 듯합니다.
투자에 있어서도 우리는 이 '메타 인지'의 개념을 적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소위 우량주라고 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우리가 자주 들어 친숙한 대상입니다. 그래서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의 출발을 익숙하고 친숙한 것으로 부터 찾는 것이 나쁜 태도라 할 수는 없으나, '네이버'가 브라우저의 첫 화면이라고 해서 '네이버'라는 기업을 잘 아는 것이 아니고, 제네시스를 탄다고 '현대차'라는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까지 잘 아는 것은 아닐 겁니다.
영화 'Big short'의 첫 장면에 나오는 Mark Twain의 명언, "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곤경에 빠지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하게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투자에 있어서 큰 문제는 대체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친숙한 기업에 투자를 했고, 그 기업이 우연히 오르면 우리는 그 기업을 잘 알아서 투자에 성공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친숙한 기업이 우량했던 것이지, 소위 잘 알려진 우량주에 투자하면서 나만 알고 있는 그 기업의 가치를 시장이 이제야 알게 되었을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성공을 맛 본 '나'는 그 순간 특별해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착각이 극에 달하는 순간이란, '나'로서는 확신이 가장 큰 순간이 되고 가장 위험해 집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 수준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착각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은 시기라는 의미도 됩니다. 시장이 수익률에 취해 있을 때야말로 나 자신의 투자에 대한 메타 인지를 차분히 점검해 보고 과한 부분은 덜어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더욱 중요한 때라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