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생각 2022-01-29

2022-01-29 zian 913
오랜만에 다시 글을 씁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ㅠㅠ
작년 1월의 주식 시장은 과열을 걱정하는 상황이었는데, 올해 1월은 시작부터 역대급으로 험난합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로 KOSPI는 -10%가 넘게 하락하였고, 그 와중에 또 증시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해프닝이 이어졌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횡령 사건이 있었고(그것도 자본금의 90% 수준 ㅠㅠ), 한때 바이오 대장주였던 신라젠은 1월에 최종 상장 폐지가 결정되었습니다. 게다가 H사의 광주 주상복합 현장의 붕괴 사고로 건설주들이 크게 흔들렸고, 몇몇의 기업들은 화재도 있었고, 그에 더해 내부자 거래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기업은 경영진들이 상장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주식을 고점에 팔아 치웠다가 경영에서 물러나기도 했고, 또 어떤 기업은 수 년간 제기되어 왔던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대기업들의 자회사 상장이 이어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돈을 한꺼 번에 빨아 들임과 동시에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제도 보완 필요성을 야기시키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기간동안 개미 투자자들만 숱하게 털렸습니다.
해외의 환경도 터프하기는 매 한가지였습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둔화로 폭락했으며, 서학 개미들이 애정하는 테슬라마저 지난 목요일밤 급락하고 말았습니다. 하아...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정말 지난 한 달 간은 지뢰밭도 이런 지뢰밭이 있을까 싶은 심정입니다. 증시 내부에서도 이러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비롯한 불안한 해외 정세까지 더하자면 정말... 작년 이맘 때만 해도 분명히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물은 빠지고, 입고 있던 수영복은 없어지고 주변은 지뢰밭에다 아비규환이 된 느낌이랄까... 아... 어쩌다 시장은 이 지경이 된 것일까요?
1) 인플레이션
먼저 작년 2~3월 무렵으로 돌아가 봅시다. 그 당시 20년 초의 기저 효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었지요.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 금리인상은 시장의 악재라는 공식으로 시장의 조정을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시 시장 참여자들은 어차피 8월쯤 되면 기저 효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될테니 노이즈가 있어도 별로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순기능도 있구요. 실제로 국내외 증시 모두 약간의 조정을 거치고 비교적 순항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은 여기서부터 코로나 이후 추세 상승의 첫번째 이탈자가 발생합니다. 바로 그 유명한  ARK Investment의 ARK Innovation ETF(ARKK)인데요...
한국에서 속칭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Cathie Wood는 코로나 이후 양적 완화의 최대 수혜자였습니다. 코로나 이전  60$대에서 코로나 이후 40$이하로까지 하락했던 ARKK가 유동성의 힘으로 21년 2월, 1년만에 160$ 수준까지 무려 4배가 올랐기때문이지요. 하지만 주가의 조정은 바로 이 무렵부터 시작되었습니다. 3월 들어 하락이 더욱 가속화되자 다급해진 ARK Investment는 투자 비중이 높고 팬덤이 많은 기업인 테슬라의 목표가가 3000달러라고 목놓아 외쳤지만 시장의 반등은 냉담했습니다.  테슬라의 상승을 유도하면 ARKK의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는 ETF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보유종목 매도--> 수익률 악화'의 악순환을 깨고 싶었을테지만, 결국 ARKK는 이후에도 이렇다할 반등 없이 아직까지 조정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더욱 더 하락하며 60$대로 되돌아 오고 말았습니다.
지난 17~18년 무렵, 아마존과 테슬라 등의 부상으로 최근까지 주식 시장의 화두는 '무형자산'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식 시장의 주변으로 「자본없는 자본주의」, 「회계는 없다」, 「내러티브 앤 넘버스」와 같은 책들이 가장 핫했구요... 시장의 주목을 받고 상장하는 기업들도 죄다 '우버', '쿠팡', '비욘드 미트', 심지어 '니콜라'까지...
측정하기 어려운 자산을 평가해주기도 어려운데, 이익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기업을 돈 주고 사는 일은 더 곤혹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술이 독보적이다',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트래픽이 크게 늘고 있다' 등등의 미래 지향적인 미사 어구들로 돈을 빨아 들였습니다. 안그래도 지난 10여 년 간의 디플레로 인해 많은 돈이 풀려 왔는데, 코로나 위기로 더더욱 엄청난 유동성이 풀리다보니 이런 기업들에게 돈이 마구 흘러들어가면서,
"기업이 비지니스 모델로 돈을 벌지 않아도 계속 금고에 돈이 쌓여 있는 기이한 현상"
은 수년 간 지속되었습니다.
허나, 이제는 그로부터도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수익 모델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다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순간 만만하고 쉬운 돈은 점점 사라지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 이들을 새로운 시험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이는 결코 무형자산 자체를 무시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과거 '무형자산'의 가치는 미래에 돈을 벌어주든, 지금 돈을 수혈받든 둘 중의 하나만 해도 충분했다면 이제는 후자에만 해당하는 무형 자산은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고, 실제로도 지난 1년간 시장의 냉담한 평가가 지속되고 있었음을 상기시켜드리고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2) 테이퍼링
그래도, 전체 ETF 시장에서 ARKK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탓에 시장 전반적으로 위기가 번지지 않고 다시 추세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되니 '테이퍼링' 이슈로 시장이 다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은 그나마 성질 한 번 부리고 다시 제자리를 찾았지만, 한국 시장은 반도체 경기 둔화와 맞물리며 그때부터 슬슬 조정기에 들어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기간 한국 시장의 조정을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정작 미국은 이후에도 다시 신고가 행진을 기록한 것을 보면 결국 이것도 결국 경기 정상화로 가는 길에 있어서의 노이즈에 불과했고, 상승 추세를 훼손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한국 시장의 조정은 한국만의 이유로 즉,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더 큰 설명력을 갖는 것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실제로 테이퍼링 이슈 이후에도 국내 증시의 일부 섹터들은 신고가 행진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금리 인상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11월 이후에 오히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반등을 하면서 시장은 짧은 랠리를 보이기도 했으니 이런 맥락으로 이해하는 것이 크게 틀린 이야기도 아닌 것같습니다.
3) 금리 인상
8월이면 어느 정도 마무리 될 줄 알았던 인플레이션이 공급의 병목 현상으로 지속되며, 취임 당시 슈퍼 비둘기로도 불렸던 파월 연준 의장의 스탠스도 조금씩 바뀌면서 작년 말부터는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에서 언급드린데로 금리인상이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미크론 변이로 경제 활동의 정상화가 생각보다 더딘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논의되니 시장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다 최근 올해 금리 인상을 7차례까지 전망하는 보고서까지 나왔습니다. 공급의 병목 현상이 일으킨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만 야기시키고 결국 수요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경기침체라... 아... 이건 스태그 플레이션을 말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니 1월의 시장은 역대급으로 흔들리게 된 것이지요... 국내의 경우도 조정이 심했지만 , 나스닥도 같은 기간에 반토막 난 종목이 수두룩입니다. 네... 지난 한 달 간 우리는 이 터널을 지나는 중입니다.
자,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다행히 금요일 국내외 주식 시장은 약간의 반등을 보여주며 희망의 불씨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직까지 하락이 마무리되었다고 단언하기는 힘듭니다만 그래도 그나마 설 연휴를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반등이 있었다고 해도 아직 국내외 증시를 들여다보면 스키 상급자 코스 슬로프같은 하락 종목이 수두룩합니다. 우리는 금리 인상 우려가 시장에 충격을 준 지난 1월을 주로 쳐다보고 있지만, 실은 지난 1년간 코로나 이후의 최대 수혜주들은 하락세로 인해 이미 시장에서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훨씬 낮아져 있습니다.
매크로도 분명 중요하긴 한데요, "괜찮은 가격에 들어온 좋은 주식"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금리 인상한다고 장사를 접는 사람은 남의 돈으로 어설프게 장사하는 사람이지 좋은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 동안 같이 두들겨 맞았지요... 또 돈의 힘으로 덤핑해서 장사하던 부잣집 아들에게 아버지가 돈을 안주기 시작한다면 제대로 장사하는 사람에게 향후 더 큰 기회가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 터널의 끝이 어딘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가격의 측면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판단해 보는 중입니다.  매크로 환경의 어려움도 이해하고 주변이 지뢰밭인 것도 인지하고 있지만, 이미 주변에 지뢰가 터졌고 벌거벗고 물놀이 하던 사람들이 다치고 쓰러지고 사라졌다면, 그래도 남은 사람들은 그 속에서 적응하며 또 주변에다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또 물이 들어 올 수도 있겠지요...
바로 지금은 아니더라도 얼마 간의 시간을 잘 견디면 예전같이 화려하진 않아도 충분히 투자할 만한 환경을 조만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명절 잘 보내시구요, 다들 기운내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1년 초부터 빠지기 시작한 AR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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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부터 조정받은 KOSPI>

<이제야 조정받은 S&P500>